
당신은 '증상'만 고치고 있나요? '진짜 문제'를 풀고 있나요?
2024년 3월, 서울의 한 스타트업이 58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투자자는 이케아(IKEA)를 운영하는 잉카 그룹의 투자사, 잉카 인베스트먼트였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회사가 하는 일입니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 수거입니다.
"그게 뭐가 대단한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음식물 쓰레기 수거 업체는 흔하니까요. 하지만 이 회사, 리코(RECO)가 만든 '업박스'는 무언가 달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문제 정의'가 비즈니스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더 잘하기"의 함정 : 증상만 치료하기

리코의 김근호 대표도 처음에는 전형적인 음식물 쓰레기 수거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모아 처리장으로 운반하고, 처리 비용을 받는 모델이었죠.
"우리도 기존 업체들처럼 1년을 그렇게 했어요. 보통의 폐기물 처리 회사와 다를 바가 없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그들이 발견한 '이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식당 사장님들의 진짜 고민이 "쓰레기를 잘 치워주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리코가 더 빨리, 더 깔끔하게 쓰레기를 수거하려고 노력했지만 고객 만족도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진짜 문제는 '쓰레기 수거'라는 증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다르게 풀기"의 발견 : 고객의 진짜 '불안' 파고들기
현장에서 만난 식당 사장님들은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 "내가 정확히 얼마나 배출했는지 모르겠어요."
- "왜 이렇게 비용이 나올까요? 제가 정말 이 정도를 버렸나요?
- "요즘 폐기물 단속이 심하다던데, 혹시 제 가게가 처벌받지는 않을까요?"
이것이 진짜 문제였습니다.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의 근본 원인은 '수거'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 가지 불안감이었습니다.
- 투명성 부족 : "배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다."
- 비용의 불명확성 : "왜 이 비용을 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 법적 책임의 불안 : "나도 모르게 법을 위반하면 어떡하지?"
리코는 '쓰레기를 더 잘 치우는' 증상 해결을 멈추고, 이 세 가지 '불안'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로 결정합니다.
솔루션 : 신뢰를 만드는 3가지 방법
리코는 '물류'로 풀던 문제를 '데이터'로 풀기 시작했습니다.

1) 투명성 : "데이터로 직접 보세요"
- (Before) 제각각 다른 고무통을 써서 얼마나 버렸는지 알 수 없었고, 신뢰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 (After) 규격화된 수거함에 IoT 무게 센서를 부착했습니다. 수거 시마다 정확한 배출량이 킬로그램(kg) 단위로 자동 측정되고, 이 데이터가 사진과 함께 앱으로 전송되었습니다. "정확히 이 만큼 가져갔습니다"라는 객관적 증거가 생긴 거죠.
2) 디지털화 : "앱으로 바로 화인하세요"
- (Before) 모든 처리 내용을 수기로 관리해 이력을 찾기 어렵고, 민원 대응이 불가능했습니다.
- (After) 고객용 앱을 만들어 배출량과 비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했습니다. 수거 기사도 앱으로 데이터를 즉시 업로드합니다. 김근호 대표의 말처럼 "앱을 만들고 나서 CS 문의가 70% 줄었습니다." 궁금할 때 전화할 필요 없이 앱만 열면 되니까요.
3) 법적 안심 : "자동으로 신고해 드립니다"
- (Before) 폐기물법 강화로 식당 사장님이 직접 정부 시스템('올바로')에 수기로 신고해야 했습니다. 누락하거나 실수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했죠.
- (After) 업박스 앱에 기록된 수거 데이터가 올바로 시스템에 자동으로 연동됩니다. 식당 사장님은 그저 '승인' 버튼만 누르면 끝입니다. "아, 이제 내가 법을 위반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을 준 것입니다.
고객과 투자자가 반응한 진짜 이유
이 세 가지 변화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었을까요?
[Before] 일반 수거 업체
- "내가 얼마나 버리는지 모른다."
- "매달 받는 청구서를 믿을 수 없다."
- "법을 어길까 봐 불안하다."
- 결과 : 만성적인 불신 (높은 이탈율)
[After] 리코 '업박스'
- "배출량이 데이터로 정확히 보인다."
- "앱에서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 "알아서 법에 맞게 신고된다."
- 결과 : 강력한 신뢰 (이탈율 1% 미만)
이탈률 1%는 이 업계에서 경이로운 숫자입니다.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투자자는 왜 585억 원을 투자했을까요?
- '더 많은 트럭'이 아니라 '데이터'에 투자했습니다. 일반 폐기물 회사는 더 많은 고객을 얻으려면 더 많은 트럭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전형적인 물류 비즈니스죠. 하지만 리코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고객이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자동화(올바로 연동 등)를 통해 마진율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 '로우테크'를 '하이테크'로 바꾼 능력에 투자했습니다. 투자자가 본 가치는 "쓰레기를 잘 치우는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폐기물 수거"라는 복잡하고 전통적인 로우테크 문제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풀어내는 능력"에 투자한 것입니다.
결론 : 당신의 아이디어는 '증상'에 머물러 있나요?
리코의 사례는 창업자가 "고객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불안해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더 빨리, 더 싸게, 더 좋게"만 외치고 있지는 않나요? 그것이 고객의 '증상'만 겉햝기식으로 건드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비즈니스를 점검해 보세요.
증상을 고치고 있다는 신호:
- "우리는 더 쌉니다.", "우리는 더 빠릅니다."
- 하지만 고객은 여전히 경쟁사와 우리를 쉽게 비교합니다.
- 고객이 왜 우리를 떠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근본을 고치고 있다는 신호:
- 고객이 "이것 때문에 늘 불안했어요"라고 말하는 지점을 해결합니다.
- 우리의 솔루션으로 고객의 그 '불안감'이 사라집니다.
- 고객이 우리를 떠나지 않고(낮은 이탈율), 주변에 추천합니다.
리코가 585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쓰레기를 잘 치워서가 아니라 고객의 가장 깊은 불안을 해결하고 '신뢰'라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문제를 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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