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는 반드시 완성된 제품이어야 할까?
예비창업자들이 놓치기 쉬운 검증의 본질

최근 예비창업자 멘토링을 진행하던 중, 한 창업자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멘토님, 6주 안에 MVP를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 제품을 개발해야 할까요?
개발 일정이 촉박해서 고민이에요.
이 질문을 받으면서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MVP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용어 때문에 '반드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글을 통해 MVP의 진짜 의미와 제품 개발 전에도 충분히 가능한 검증 방법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MVP의 진짜 목적을 이해하자
MVP를 만드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의 상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줄이는 것이죠. 창업자들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이고, 사람들이 이런 솔루션을 원할 것이다'라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다르죠.
MVP의 본질은 가치제안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정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의 솔루션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완성된 제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원티드랩이 보여준 제품 없는 검증의 힘

원티드랩의 초기 사례는 이런 접근의 완벽한 예시입니다. 2015년 1월 아이디어가 나온 후, 원티드랩은 바로 개발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2개월 뒤 페이스북을 통해 검증을 시작했죠.
초기 원티드랩의 아이디어는 지인 추천 기반 채용 프랫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함께 일해본 지인을 추천하고, 채용이 성사되면 기업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채용자와 추천인이 나눠 갖는 구조였죠. 개발에 큰 복잡함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티드랩 창업자들은 곧바로 개발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을 초청했고, 창업자들이 알고 있는 유능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학교, 경력 등의 정보를 엑셀로 정리해서 직접 기업들을 찾아갔죠.
"저희가 이런 인재풀을 가지고 있는데, 이분들의 지인 네트워크를 통해 좋은 인재를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사용해보시겠습니까?"
많은 기업들이 그 서비스가 빨리 나오면 좋겠다고, 지금 당장이라도 쓸 준비가 되어있다고 답했습니다. 동시에 페이스북에서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기 시작했죠. 이직을 고민하거나 특정 기업에 잘 맞을 것 같은 사람들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받은 추천 리스트를 기업에게 보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개발을 시작하기도 전에 실제 채용이 일어나기 시작한 거죠. 첫째 달 1명, 둘째 달 3명, 셋째 달 5명, 네 번째 달 10명. 개발 전부터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수동 운영을 통해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설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된 원티드는, 실제 MVP 개발에 단 1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제품 없이도 충분한 다양한 검증 방법들
원티드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제품 개발 전에도 충분히 가치제안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랜딩페이지 + 사전등록으로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컨셉을 설명하는 간단한 웹페이지를 만들고, 사전등록 버튼을 통해 실제 수요를 측정하는 거죠. "곧 출시됩니다" 페이지 하나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동 서비스 운영도 효과적입니다. 원티드랩처럼 자동화하기 전에 수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 반응과 운영 과정에서의 인사이트를 수집하는 방법이죠. 배달 앱을 만들기 전에 직접 전화를 받아 주문을 처리해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방식은 실제로 원티드 외에도 많은 스타트업이 성과를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 사례가 배달의민족, 마이루틴 입니다.

실제로 작동하지 않지만 사용 경험을 보여주는 목업이나 프로토타입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피그마로 만든 앱 화면을 직접 시연하면서 사용자 반응과 피드백을 수집하는 거죠.
AI 코딩 도구나 노코드/로우코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이브 코딩, 클로드, ChatGPT 같은 AI 도구를 활용하면 기본적인 웹사이트나 앱을 몇 시간에서 며칠 만에 빠르게 만들 수 있어요. 버블(Bubble), 노션(Notion) 같은 노코드 도구들도 마찬가지죠. 완벽한 제품은 아니지만 핵심 기능을 구현해서 사용자 반응을 테스트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타겟 고객의 진짜 니즈와 지불 의사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얼마까지 지불하겠습니까?"라는 직접적인 질문을 통해 가상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을 측정할 수 있어요. 단, 응답자가 의도적으로 왜곡된 답변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유의 하셔야 합니다.
엑셀, 구글폼, 카카오톡 등 기존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용자는 완성된 서비스로 인식하지만, 백엔드에서는 수동으로 처리하는 거죠. 챗본을 개발하기 전에 실제 사람이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예시입니다.
왜 이런 접근이 더 현명한가?
이런 접근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요. 실제 개발에는 보통 1~4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리지만 검증 과정은 2~4주면 충분합니다.
더 중요한 건 빠른 피벗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잘못된 방향이라는 걸 개발 전에 알게 되면 쉽게 수정할 수 있지만, 개발 후 피벗은 훨씬 큰 비용이 듭니다. 또한 고객이 실제로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가상의 상황이 아닌 현실에서 검증할 수 있죠.
MVP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개발하다 보면 금세 상황이 바뀌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고, 새롭게 개선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쏟아붓기 전에 그 제품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사용자에게 팔아보는 일이죠.
6주라는 시간을 더 현명하게 활용하기
그렇다면 6주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먼저 타겟 고객 20~30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세요. 그들의 진짜 문제점과 현재 해결방법, 우리 솔루션에 대한 반응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거죠.
그 다음 수동 서비스나 목업으로 핵심 가치를 검증해보세요.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해보거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실제 지불 의사가 있는 고객을 최소 5~10명 확보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출시되면 써볼게"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돈을 내고 쓰겠다"는 고객들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운영 과정에서 발견한 핵심 기능 요구사항을 정리하세요. 실제 개발 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명확해질 거에요.
검증이 먼저, 개발은 그 다음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MVP라는 용어에 갇혀 '제품'부터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Product Market Fit(PMF)를 찾는 거에요. 제품을 만들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Market Fit을 확인해야 합니다.
가상의 제품으로 판매를 해보면 상상하던 것과 현실의 갭이 줄어들겁니다. 그 갭이 줄어든 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지겠죠.
MVP의 목적을 다시 한번 기억해보세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설을 검증하는 거에요.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정말 시장에서 통할지, 고객들이 정말로 원하는지, 돈을 내고 살지를 먼저 확인해보세요. 그 확신이 선 다음에 개발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때가 진짜 시작점일지도 모르거든요.